주일설교

2025-12-14<탕감의 은총, 기다림의 시간>
2025-12-18 11:01:0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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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의 새해는 부활이나 성령강림의 능력이 아닌 '기다림'으로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텅 빈 시간이 아니듯, 대림절의 기다림도 약속을 믿고 소망을 품은 충만한 시간입니다. 놀랍게도 이사야는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30:18)라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겁니다.

 

주기도문의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에서 ''에 해당하는 헬라어 '오페일레마타'''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자리가 아니라, 채권자가 채무자의 빚을 탕감하는 넉넉한 자리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러나 일만 달란트를 탕감받은 종은 백 데나리온 빚진 친구의 "기다려 달라"는 요청조차 거절했습니다. 자신이 받은 은혜를 '당연함'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왕은 측량할 수 없는 금액에 해당하는 희생을 치르며 탕감해 주셨건만, 종은 그 작은 기다림조차 베풀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기다림을 넘어 탕감받은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큰 희생이 아닙니다. 그저 기다림입니다. 아직 갚지 못한 사람, 아직 변하지 못한 사람을 향해 "왜 아직도?"라고 재촉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는 겁니다.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을 두고, 기다림을 살아가는 것-이것이 대림절을 사는 우리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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