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6.29 00:05

어항과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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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한 연구소에서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사고방식의 차이점이 있는 가 알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하였다. 그 실험 중 하나로서 방에다가 커다란 수족관을 설치한 후 한 사람씩 들여보내고 그가 무엇을 보았는가를 순서대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 결과 흥미 있는 사항을 알아 낼 수 있었는데, 서양사람은 방을 들어서며 시선을 큰 물고기에서 작은 물고기, 수족관의 주변환경, 끝으로 어항에 돌린 반면 동양사람은 먼저 어항과 큰물고기, 수족관의 환경과 작은 물고기로 시선을 옮겨나갔다고 한다. 그 외에 여러 다른 실험 등을 통해 관찰한 결과, 동양인은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중요한 가치를 두는 반면, 서양인은 개인적 체험과 문제 분석에 많은 비중을 둔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위의 실험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인 보도가 없었기에 그 시험 방법에 대한 타당성과 결과와 그 유추의 옳고 그름을 물을 수가 없지만, 그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다. 방에 설치된 어항을 어떠한 관점에서 보았는가에 따라 시선의 방향이 달라 진다. 어항을 단지 고기를 담기 위해 있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시선은 물고기에 가 있을 것이고, 어항을 실내장식으로 간주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물고기 보다는 어항의 크기, 모양, 그 안의 장식에 많은 비중을 둘 것이다. 이번 월드컵 축구시합을 바라보는 한국, 독일 사람들의 관점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독일 사람에 있어서 월드컵은 단지 하나의 경기로서 누가 어떻게 이기는가에 모든 관심을 기울인 반면 우리 한국 사람에 있어서는 승부 외에도 월드컵대회가 가져오는 동반적 현상에도 많은 관심과 가치를 기울인 것 같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빨간 티셔츠와 분장 등 새로운 응원 축제 문화의 탄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화는 한국 축구의 선전과 함께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지만, 축구시합과 무관하게 이미 힘차게 싹이 트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한국 월드컵 대회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한국 축구 팀 뿐만 아니라 전체 속에서 각개인의 생각과 기분을 분명히 표현했던 한국관중 때문이었다. 다시 어항이야기로 돌아오자. 이번 월드컵대회에 아쉽게 생각되었던 것은 한국 언론의 물고기에 대한 관심이다. 한국 축구와 히딩크 신드롬에 대한 보도는 구체적이거나 분석적이지 못했다. 예를 들자면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이 확정되자 독일 스포츠 방송에서는 해설가들과 함께 한국 축구의 분석에 들어갔다. 한국이 몇 골을 성공시켰으며, 이 공은 어떤 방향에서 어떻게 성사되었는가를 필름을 통해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일 팀은 이날 한국팀의 공격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한국 축구가 좋았다면 어떤 면이 어떻게 좋았다는 아주 구체적이 보도가 필요하다. “한국 축구 달라졌다, 히딩 덕택이다, 그가 계속 한국에 남게 되기를…명예시민,…귀화….” 월드컵 축구는 하나의 경기이고 이것은 4년마다 돌아온다. 히딩크씨는 한국 국민,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직업을 찾아 한국을 건너온 축구전문 경영인이다. 우리 언론이 중점적으로 보도해야 했던 것은 히딩크 축구경영철학의 “덩어리”가 아닌 그의 축구철학이 표현되고, 드러나는 작은 세세한 부분들이다. 그가 치룬 게임의 구체적인 작전에 대한 분석 등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객관적 사실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이 작은 일들을 통해 분석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다. 지금 한국이 필요한 것은 히딩크를 우상화 시키거나, 어린 아이들처럼 그에게 메달리는 것이 아니라 제 2의 히딩크를 찾아내고 우리자체에서 그와 같은 인물을 길러낼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번 축구대회를 계기로 더욱 발전하는 한국축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발전은 오로지 올바른 분석자료를 손에 쥐고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히딩크의 임기만료가 한국 축구발전의 끝을 의미한다면, 과연 그간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원인을 찾아 구체적으로 분석해야만 한다. 터어키 전을 앞두고 그간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들을 기용했으면 하는 소리가 들렸었다. 축구는 시합이다. 월드컵은 친선축구경기가 아니다. 어항을 바라 볼 것인가 ? 아니면 물고기를 바라볼 것인가 ? 이것에 대한 결정은 비단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우리 각자 인생의 세부적인 결정까지 우리 모두가 숙고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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